티스토리 뷰

 

[기도의 학교에서] 중2병 아들과 함께 배운 기도의 진짜 의미

기도
기도

1. 순둥이 아들이 맹수가 되다

우리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무섭다는 중2병이 찾아왔다.

어릴 적 '톰과 제리'를 보며 고양이 톰이 불쌍하다며 울먹이던 순한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아침마다 으르렁거리며 잠에서 깨어나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야생의 눈빛으로 반응하는 '사춘기 맹수'가 되어 있었다.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고, 맞불 작전도 써보고, 선물 공세도 해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2. 왜 친구들에겐 그렇게 다정한 걸까?

가장 속상했던 건,
그토록 무섭고 날카롭게 대하던 아들이 친구들과는 너무도 다정하고 자상하다는 것이었다.
통화하는 목소리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문자 하나에도 배려와 유머가 가득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이름만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은 딱 한 마디.

"왜요?"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3. 늦었지만 찾아간 기도의 자리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 본 뒤에야 기도의 자리로 갔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위기에 닥치면 기도하게 된다.
기도는 배우지 않아도 나오는 가장 원초적이고 진실한 언어다.


4. 기도는 요술램프가 아니다

기도에 대해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하나님을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걸 주세요", "저걸 해결해주세요"라고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단기적 욕망보다 더 깊고 온전한 계획 속에서 응답하신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쟁의 승리를 위해 기도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도가 선하지는 않다.
하나님은 우리의 욕심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응답하신다.


5. 기도는 나를 바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도의 정의는 이렇다.

"기도는 하나님을 우리에게로 내려오시게 함이 아니요
우리로 하여금 그에게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나는 아들이 바뀌길 기도했다.
말 잘 듣고, 유순하고, 나를 존경하는 아이로 되돌아오길.

하지만 기도하면서 점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는 아들이 아니라 나였다.


6. 두 맹수의 싸움

내가 보기엔 아들이 문제였지만
사실은 아빠인 나도 맹수처럼 살고 있었다.
가정에서 ‘왕좌’를 놓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아들과 충돌했던 것이다.

기도 속에서 나는
아들에게 왕좌를 내어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내 삶의 왕좌를 드릴 수 있었다.

나는 아들의 인생을 바꿀 능력이 없는 아버지였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아들의 하나님이 되어주시길 기도했다.


7. 성경 속 기도 – 믿음 없는 아버지의 외침

마가복음 9장, 귀신 들린 아들을 예수께 데려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주옵소서” (막 9:22)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들의 고침 이전에, 믿음의 회복이었다.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막 9:24)

예수님은 믿음 없는 아버지와 아픔 속의 아들, 두 사람 모두를 치유하셨다.
하나님은 항상 더 깊은 회복을 준비하고 계신다.


8. 내 안의 거센 바람을 잠잠케 하신 예수님

이제 우리 아들은 조금씩 잠잠해졌지만
진짜 변화는 내 마음의 거센 질풍노도가 잦아든 것이다.

“예수께서 바람을 꾸짖으시며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막 4:39)

기도는 아들의 감정을 바꾸기보다
내 내면의 폭풍을 잠잠케 하는 훈련이었다.


9. 기도의 학교, 지금도 나는 배우는 중

나는 여전히 매일 배우고 있다.
기도의 학교에 입학한 학생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나를 들여다보는 법을 배워 가고 있다.

그리고 이 기도의 학교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 기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문제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 하나님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가장 선한 방식으로 응답하신다.
  • 아들을 위한 기도가 결국 나를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 지금 이 순간도, 하나님은 우리 각자의 질풍노도를 잠잠케 하기를 원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