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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관계

생태평화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창세기 속 인간과 자연의 관계


2025년 여름, 지구가 보내는 경고

2025년 여름, 또다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소중한 생명이 스러졌습니다.
점점 더 잦아지는 재난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지구의 고통스러운 외침처럼 느껴집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지구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성찰입니다.
오늘 이 글은 성경 창세기에 담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태평화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인간은 흙에서 나왔다 – 자연은 우리의 근원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 창세기 2:7

‘사람(아담)’은 히브리어 ‘아다마(흙)’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즉, 인간은 흙에서 만들어졌고, 결국 흙으로 돌아갈 존재입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창 3:19)

우리가 자주 잊고 살아가는 진실.
자연은 우리가 지배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뿌리입니다.


자연은 동반자이지, 하인이 아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사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 창세기 2:15

여기서 '경작하다'와 '지키다'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섬기다(아바드)’, ‘보호하다(샤마르)’입니다.

즉, 인간은 땅을 소유하거나 정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섬기고 보호하는 존재로 창조된 것입니다.

또한 창세기에서 여성은 남성의 ‘돕는 배필’로 창조됩니다.
히브리어 ‘에제르 크네게도’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존재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짝이라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 위계가 아닌 ‘짝’의 관계입니다.


타락 이후,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깨졌다

창세기에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세 번의 저주가 등장합니다.

①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후 (창 3:17~18)

  • 인간은 땀 흘려야 땅의 소산을 얻고
  •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며 저주받음

② 가인의 살인 이후 (창 4:11~12)

  • 가인이 땅을 갈아도, 땅은 더 이상 응답하지 않음

③ 노아 시대의 대홍수 (창 6~8장)

  • 인간의 죄악이 온 세상에 넘치자
  • 자연(땅)이 대홍수로 심판을 받음

저주의 원인은 인간에게 있고,
결과는 자연에 나타나며,
그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깊이 연결된 ‘상호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생태 평화를 위한 성서적 제도 – 안식일, 안식년, 희년

성경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 안식일 (출 20:10, 23:12)

“너나 네 자녀, 종, 가축, 나그네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 안식일은 인간뿐 아니라 가축과 땅도 쉬는 날
  • 모든 피조물이 평등하게 숨을 고르는 시간

🔹 안식년 (레 25:4)

“그 땅이 쉬어 여호와께 안식을 얻을 것이니라”

  • 7년에 한 번, 땅을 경작하지 않고 쉬게 함
  • 그해 자연 소산은 모두와 나누는 공공 자원

🔹 희년 (레 25:11)

“너희는 파종하지 말며, 스스로 난 것도 거두지 말며…”

  • 안식년이 7번 반복된 다음 해 (50년)
  • 땅과 사람의 관계를 원점으로 회복하는 해
  • 생태적 휴식과 사회적 정의가 동시에 실현됨

 이 세 가지는 모두 ‘땅의 쉼’을 통해 인간에게 복이 돌아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즉, 생태 평화는 곧 사회 평화의 기반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쉴 틈 없이 자연을 착취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땅을 쉬게 하기보다는,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무한 개발과 소비를 정당화합니다.

하지만 창세기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땅을 섬기고 돌보라.
그래야 너희가 생존하고,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신속히 관계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생태 평화가 곧 인간 평화다

성경은 결코 자연을 도외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과의 관계 회복이 인간의 구원 여정에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 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났고,
  •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생태 평화는 신앙의 문제이자 윤리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땅을 섬기고, 생명을 존중하며,
창조주와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는 참된 청지기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