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는 것의 의미

 

진정한 쉼

쉰다는 것의 의미

정말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다. 그런데 정작 행복을 누릴 시간은 부족하다. 이 또한 웃픈 현실 아닐까. 얼마를 더 벌었다고 더 잘사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덜 있다고 더 못사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20여 년 전, 내가 대학생일 무렵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책을 제대로 읽진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에 빠지곤 했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동시에 자유도 누리고 싶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렵게 얻은 휴가를 마음껏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어떤 선택이 옳다, 그르다 말하긴 어렵다.

조금 시간을 내어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고맙겠다. 이 글을 읽는 순간, 같은 공간은 아니더라도 같은 시간을 나누고 있을 테니 말이다.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땐 그랬던 것처럼." 한 노랫말처럼, 누구나 잠시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 ‘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가장이다. 아내는 정신장애가 있고, 두 아들을 낳아 키우며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그 긴장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때론 우리 가족을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기 때문일까. 상황을 설명하면 반응이 달라지긴 하지만, 외모나 말투만으론 다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은 크지 않고, 직장도 없다. 하지만 시간만큼은 자유롭다. 그래서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진리를 알고 싶어 유대인 랍비를 찾아가 보기도 했고, 아내를 위해 재봉 교육에도 투자했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생각해 할로윈 행사 참여를 피하고, 한 달간 어린이집도 쉬게 했다. 어떻게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백두장사 출신 박광덕 사장님의 식당에도 다녀왔다. 아내가 좋아하는 그 맛이 좋아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황소 트로피를 만져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덤이었다. 지인 목사님이 운영하는 그룹홈도 방문했다. 마음 편히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어떻게 쉬었을까?

직장에 얽매이지 않기에 돈은 부족해도 마음만은 자유롭다. 어떻게 그 시간을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늦잠도 잘 수 있고, 밤엔 조용히 책을 읽고 글도 쓰며 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어느 날은 실험 삼아 저녁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지내봤다. 디지털 매체에서 벗어나 편히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진정한 쉼을 찾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삶의 여유를 회복하려는 의지다. 쉼은 때때로 잡생각도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각도 선물한다.

행복은 시간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