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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심장에 새겨진 메시지

예쁜코뿔소 2025. 9. 14. 01:18

 

심장
심장

심장에 새겨진 메시지

– 나누며 살아가는 삶, 그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마음 –


“96세 할아버지와 세입자 할머니”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자주 함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한 노부부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부부가 아닙니다.

96세의 할아버지와, 그의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 할머니.
그저 "주인과 세입자"라는 관계로 수십 년을 살아왔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혈액 투석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보호자도, 명확한 의사 표현도 불가능한 상황.

그때, 주인집 할머니께서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제발, 투석 좀 해 주세요.
갈 때 가더라도 치료는 받아보고 죽게 해 주세요.
내가 간병할게요. 비용도 걱정 마세요. 국가유공자 지원금이 있으니까요.”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정말 그럴까요?

처음에는 솔직히 의심이 들었습니다.
‘두 분, 사실혼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죠.

하지만 긴 입원 생활 동안,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할머니에겐 정신 질환이 있는 아들이 있었고,
그 아들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할아버지가 나서서 말리고, 보호해 주었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할머니는 은혜를 갚듯,
할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간병하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은 혈연도, 의무도 아닌
진심에서 비롯된 ‘상생의 사이클’이었습니다.


상생의 원리, 우리 몸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심장을 생각해 봅니다.
심장은 피를 뿜어 다른 장기들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만약 심장이 이렇게 외친다면 어떨까요?

“이젠 피를 나만 쓸 거야. 다른 데로 보내지 않을래.”

결과는 심장부터 가장 먼저 죽습니다.
왜냐고요?

심장의 생명을 유지하는 관상동맥
심장이 피를 내보내는 대동맥 초입에서 분기되기 때문입니다.

즉, 남에게 줘야 나도 사는 구조,
나누어야만 살 수 있도록 설계된 존재가 바로 심장입니다.


심장의 박동, 누구의 힘으로 움직일까?

심장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지 전기 신호에 반응하여 수축할 뿐입니다.

그 신호를 보내는 곳은 바로 SA node(박동원)입니다.
심장은 ‘뜻’이 아니라 ‘명령’을 받으면 움직이는 근육 덩어리입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는 가진 것이 없어.”
“나는 나눌 능력이 없어.”

그럴지라도 하나님의 뜻이 우리 안에 있다면,
그분이 우리를 움직이시는 전기 자극이 되실 것입니다.


말초까지 흘러가는 피처럼, 끝까지 나누는 사랑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은
몸의 가장 끝, 말초 기관까지 도달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 마태복음 10:42

하찮아 보이는 작은 자 하나조차
하나님 보시기엔 귀한 아들딸입니다.

그를 사랑하는 것, 그를 돕는 것,
하나님은 절대 그냥 보시지 않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예수님의 심장은 왜 찢어졌을까?

우리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
그 중심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파열된 심장이 있습니다.

“그분이 마신 잔을 그처럼 쓰게 하고
하나님의 아들의 심장을 파열시킨 것은
인류의 죄에 대한 인식이었다.”
— 『정로의 계단 DA』 중

우리의 죄와 그에 따른 하나님의 진노가
예수님의 심장을 찢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모든 것을 아시면서도,
자원하여 십자가에 오르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단장지애(斷腸之哀)

중국 고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기 원숭이를 잃은 어미가
배를 갈라 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는 전설.

그 슬픔을 뜻하는 사자성어가 바로 단장지애(斷腸之哀)입니다.

하물며,
온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을 포악한 손에 내어주신 순간,
그 마음은 어땠을까요?


크랜필드 박사의 로마서 주석 중

“하나님은 죄인을 용서하되
그 죄의 대가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그 진노를 자기 아들에게 쏟기로 작정하셨다.”

그 위대한 사랑,
이 불공정한 거래,
우리는 그저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심장’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서로 사랑하라.”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
“서로 도우며 살아라.”

마당만 밟는 헛된 제사가 아닌
진심이 담긴 나눔의 삶을 원하십니다.

밑지는 것 같고, 돌아오는 게 없어 보여도,
그분이 기뻐하신다면,
그 삶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내가 심장이라면…”

  • 나누지 않으면 죽는 구조
  • 뜻만 있으면 움직이게 하시는 전기 자극
  • 가장 끝까지 사랑을 공급하는 사명

심장을 설계하신 하나님은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분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먼저 사랑했으니,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 요한복음 13:34


오늘, 당신의 심장은 누구를 향해 뛰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