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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그리스도인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예쁜코뿔소 2025. 8. 12. 04:40

 

죽음
죽음

그리스도인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 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니다 ―


1. 죽음을 가까이서 마주한 날

4년 전 봄, 회사 임원들과 동해로 출장을 가던 길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제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에 진입하자, 갑작스럽게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조금만 참고 다음 휴게소에서 쉬어야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함께 타고 있던 세 명 모두 잠들어 있었고, 저도 모르는 사이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번쩍 떴을 때, 우리 차는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5톤 트럭 밑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핸들을 잡아 사고를 피했지만, 그날 회의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죽음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2. 죽음과 영혼에 대한 현대 사회의 분위기

최근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파묘>는 영혼 불멸과 강신술을 소재로 했습니다. 무당이 포르쉐를 타고,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마셜 스피커를 틀고 굿판을 벌이는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왜 이런 장면이 자연스러울까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죽음 이후에도 영혼은 계속 존재한다”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영혼 불멸 사상과 강신술이 공기처럼 퍼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죽음 이후를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3. 지옥에 관한 세 가지 주요 견해

(1) 전통적 견해 – 영원한 고통의 장소

대부분의 개신교인이 믿는 교리로, 인간의 영혼은 본질적으로 불멸하며, 악인은 지옥 불 속에서 영원히 고통받는다고 봅니다. 이 견해는 초대교부 테르툴리아누스(155~222)에 의해 발전했는데, 그는 자신이 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습니다. 즉,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신학의 결합입니다.

(2) 회복주의적 견해 – 결국 모두가 구원받음

악인도 지옥 불을 통해 정결케 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결국 회복되어 영생을 얻는다고 주장합니다. 보편구원론, 만인구원론이라고도 불립니다.

(3) 조건적 견해 – 멸절론

영혼은 본질적으로 불멸이 아니며, 불멸은 오직 하나님께 속한 속성입니다. 악인은 하나님과의 연결을 거부함으로써 완전히 소멸됩니다. 믿는 자만이 하나님의 은혜로 불멸을 선물로 받는다고 강조합니다.


4. 조건적 영혼 불멸을 지지하는 학자들

전통적 견해가 여전히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F. F. 브루스, 존 스토트, 니콜라스 톰 라이트, 오스카 쿨만 같은 영향력 있는 학자들은 조건적 불멸 혹은 멸절론을 지지합니다.

이들은 사랑의 하나님이 믿지 않는 사람을 영원히 고통 속에 두지 않으며, 죽음을 ‘영원한 형벌’이 아닌 **‘존재의 종말’**로 본다고 설명합니다.


5.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진단

마태복음 9장 18절에서 한 사람이 예수께 “내 딸이 방금 죽었으니 오셔서 손을 얹어 주소서 그러면 살겠습니다”라고 간청합니다. 예수님은 그 집으로 가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소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마 9:24)

여기서 쓰인 헬라어는 ‘카데우돈’으로, 죽음과 무관한 생리적 잠을 뜻합니다. 즉, 예수님의 관점에서 죽음은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잠시 쉬는 상태입니다.


6. 그리스도인의 죽음 – ‘잠’의 비유

조건적 불멸을 믿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무덤에서 **부활을 기다리는 ‘잠’**입니다.

  • 예수님을 믿는 자 → 부활 때 영생으로 일어남
  • 믿지 않는 자 → 부활 후 심판을 받고 멸절됨

전통적 견해에서 “사랑하는 이가 지금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다”는 생각이 위로가 될 수 있지만, 영원한 형벌의 지옥은 많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모순처럼 보입니다.


7. 죽음을 준비하는 삶

졸음운전 사고 직전 깨어난 순간처럼, 인생의 끝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이 죽으면 지옥이나 천국으로 즉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과 부활을 기다리며 잠든다고 말합니다(살전 4:16).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부활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죽음은 종착지가 아니라, 부활을 향한 잠시의 쉼입니다. 졸음운전에서 깨어난 것처럼, 영적 삶에서도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소망은 죽음 너머의 새로운 생명이며, 그것은 불멸하신 하나님의 손길로만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