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엘렌 G. 화잇, 모방인가 영감인가?— 한 세기의 오해를 넘어, 성령의 조명 아래 쓰인 글들
1. 한 여성의 펜이 세상을 바꾸다
19세기 미국의 한 평범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엘렌 굴드 화잇(Ellen Gould White, 1827~1915).
초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한 병약한 여성이었지만,
그녀가 남긴 글은 60여 권, 10만 쪽이 넘는다.
그녀의 저서는 오늘날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억 명의 신앙과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그녀의 책은 하나님의 영감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글을 모방한 것인가?”
2. 화잇부인을 향한 오랜 오해
엘렌 화잇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eventh-day Adventist Church)의
신앙 형성과 교리 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그녀가
19세기 신앙 서적과 교회사 자료에서 문장을 인용한 사실을 들어
“표절(plagiarism)”, “문학적 모방(literary borrowing)”이라 비판했다.
특히 『시대의 소망(The Desire of Ages)』이나 『대쟁투(The Great Controversy)』 등은
문체와 표현이 동시대 기독교 작가들의 저작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화잇의 책은 창작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생겨났다.
그러나, 진실은 훨씬 더 깊고 섬세하다.
그녀의 저작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
화잇의 글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영감된 통합적 저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3. 학자들이 밝힌 문헌 연구 결과
1970~80년대, 미국의 재림교회 학자들은 화잇의 저술 출처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레드 밴더맨(Fred Veltman) 박사였다.
그는 『시대의 소망』 전체를 문장 단위로 분석하여,
당시 존재하던 30여 종의 예수 생애서 및 성경 주석과 비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 문체와 표현의 유사도는 약 15~30% 수준이었다.
- 그러나 사상적 구조, 신학적 결론, 해석의 방향은 전적으로 독창적이었다.
- 역사적 사실 묘사나 일반 서술에는 인용이 있었지만,
복음의 핵심 메시지와 신앙적 통찰은 오롯이 화잇 자신에게서 나왔다.
요약하자면,
그녀는 “남의 글을 베낀 사람”이 아니라,
성령의 감동으로 받은 진리를 더 풍성하게 표현하기 위해 시대의 자료를 참고한 신앙 저술가였다.



4. 그녀의 영감관(靈感觀): ‘단어’가 아니라 ‘생각’이 감동된다
이 논의의 핵심은 ‘영감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엘렌 화잇은 “성경의 저자들과 자신은 동일한 방식으로 성령의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계적으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었다.
“성경의 기자들이나 나 자신이나, 하나님의 성령에 의해 감동받은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 『Selected Messages』, Book 1, p. 21
즉, 하나님은 영감을 주시되, 사람의 언어, 시대, 경험을 통하여 표현하게 하신다.
이것을 ‘사상 영감(Thought Inspiration)’이라 부른다.
이 방식은 성경의 선지자들과 동일하다.
하나님은 예언자들에게 생각과 통찰을 주셨고,
그들이 그 시대의 언어로 기록하게 하셨다.
따라서 화잇의 글에 당대 문헌의 흔적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영감이 “덜하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하신 실제적 방식을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다.
5. 성경의 저자들도 자료를 사용했다
이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하려면, 성경 자체를 보자.
- 누가복음의 저자 누가는 복음서를 쓸 때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자세히 조사하였다”(눅 1:3)고 고백했다. - 사도 바울은 설교 중 헬라 시인 아라투스의 글을 인용했다(행 17:28).
- 구약의 예언서들도 당시의 문체, 역사기록, 심지어 외경의 표현까지 차용한 흔적이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왜 그런 방식을 사용하셨을까?
하나님은 인간의 문화와 언어, 지식을 통해
그분의 진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시기 때문이다.
엘렌 화잇 역시 같은 방식으로 쓰였다.
그녀는 시대의 언어를 사용하되, 하늘의 메시지를 담은 하나님의 종이었다.
6. 인용은 있었지만, 방향은 달랐다
그녀가 인용한 문장들을 자세히 보면,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신학적 방향 전환이 있었다.
예를 들어,
다른 종교개혁사 책이 “인간의 자유”를 강조했다면,
화잇은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
“그 자유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새롭게 해석했다.
그녀는 기존의 역사적 정보와 문체를 빌리되,
그 속에 복음적 의미와 구속사의 흐름을 재해석했다.
그것은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성령이 주신 관점을 덧입힌 영적 창조 행위였다.



7. “모방”이라는 단어의 한계
오늘날 학문에서는 ‘모방’이라는 단어 대신
‘문학적 의존성(literary dependency)’ 혹은 ‘자료 활용(source usage)’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19세기 저자들은 출처를 일일이 표기하는 관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문체 습관이었다.
더구나 화잇은 자신의 글이
“성경을 대신하거나 새로운 계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성경으로 이끄는 도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의 글은 성경을 대신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들을 성경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 『복음전도(Evangelism)』 중에서
그녀의 목적은 ‘저술가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예수께 인도하는 것’이었다.
8. 비평과 신앙의 경계
비평가들은 여전히 “문장 유사성”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신앙의 본질은 문장이 아니라 메시지에 있다.
엘렌 화잇의 글은 언제나 사람을 성경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거룩한 삶과 재림의 소망으로 이끌었다.
그것이 바로 예언의 영의 열매다(계 19:10).
만약 그녀의 저작이 인간적인 모방에 불과했다면,
15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그 글에서
회개와 감동, 변화의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글은 단순한 인간의 문장력이 아니라,
성령의 감화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생명력을 가진다.
9. 신앙적 의미: 하나님은 인간의 손을 통해 일하신다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의 손을 통해 일하신다.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물맷돌, 바울의 펜 —
그 모든 것은 도구였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때 능력의 통로가 되었다.
엘렌 화잇의 펜도 그와 같았다.
그녀의 지식은 제한적이었으나,
그 펜을 통해 하나님은 영원한 복음의 빛을 비추셨다.
그녀의 글 속에는
시대의 지혜와 성경의 진리가 함께 흐른다.
인간의 자료를 사용했지만,
그 위에 성령의 조명이 있었다.



10. 인간의 문체, 하늘의 메시지
엘렌 G. 화잇의 저작은
인간의 문체를 입은 하늘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시대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그 속에 담긴 사상은 시대를 초월했다.
그녀의 글은
- 인간의 책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 인간의 언어로 하나님의 뜻을 해석한 영감의 산물이었다.
“진리를 기록한 펜은 인간의 손에 있었으나,
그 펜을 움직이신 분은 하나님이셨다.”
— 엘렌 G. 화잇
오늘 우리는 “그녀의 글이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그 글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엘렌 화잇의 저술은 언제나
성경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늘의 소망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영감된 기록의 진정한 목적이다.



'교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행과 영성: 삶을 변화시키는 성지 연수의 힘 (0) | 2025.10.28 |
|---|---|
| 사람이 어떻게 거듭날 수 있나요? (0) | 2025.10.26 |
| 삶의 터전이 흔들릴 때 – 위기의 시대, 신앙의 의미를 다시 묻다 (0) | 2025.10.23 |
| “평화를 위협하는 폭력의 얼굴들 – 그 종류와 특성에 대해” (0) | 2025.10.22 |
| ‘디지털 바벨론 시대’에 하나님 백성으로 살아가기 (0) | 2025.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