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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모
    사모

    사모 그 길 위에서 피어난 믿음과 눈물

     

    1. 사모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깊다.

     

    사모의 하루는 눈에 띄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은 늘 설교단 위의 목사님께 향하지만, 그 뒤편에는 언제나 조용히 움직이는 사모가 있다.

     

    마음속으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하나님, 저분의 가정에 평안을 주세요. 오늘도 은혜가 넘치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가 내 일상이었다.

    설교하지 않지만, 내 삶 전체가 설교였다.

    한 번의 미소, 한 번의 위로의 말, 한 번의 손잡음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살았다.

     

    2. 사모라는 이름의 무게

     

    사모라는 이름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무겁다.

    사람들은 흔히 사모님은 복 받으신 분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복은 눈물과 함께 오는 복이다.

    교회를 섬기며 받은 상처, 오해, 외로움이 겹겹이 쌓여 갈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묻곤 했다.

    하나님,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성도들 앞에서는 늘 미소를 짓는다.

    사모님은 늘 밝으시네요라는 말이 칭찬이지만, 그 속에는 아무도 모르는 고단함이 숨어 있다.

    그 미소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새벽을 눈물로 견뎌야 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

     

    남편은 교회의 영적인 지도자이지만, 사모는 그늘에서 빛을 반사해야 하는 사람이다.

    남편이 넘어지면 세상이 흔들리고, 성도가 아프면 함께 아프다.

    그러면서도 사모는 자신을 뒤로 밀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은 감추고, 타인의 아픔을 먼저 품어야 하는 자리.

    그것이 사모의 삶이었다.

     

    3. 보이지 않는 사역의 길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은 도대체 누가 알아줄까?”

    예배 준비, 심방 동행, 청소, 새신자 상담, 성도 가정의 돌봄

    이 모든 일은 대부분 기록되지 않는다.

    사모의 헌신은 이름 없이, 조용히 교회의 뿌리처럼 숨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수고를 가장 귀하게 보신다.

    내가 새벽에 울며 드린 기도, 아무 말 없이 차려낸 식사 한 끼, 지쳐 있는 교인을 위해 써 내려간 손편지 한 장

    그 모든 것이 하나님께는 예배였다.

     

    설교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나의 삶으로 설교를 쓰고 계셨다.

    사모의 손끝에서 교회의 사랑이 피어나고, 그 사랑이 다시 성도들의 삶으로 번져 간다.

    그것이 사모의 사역이다.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사역.

     

    4. 사모의 마음에 피는 그림자 우울과 외로움

     

    사모의 삶에는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너무 외로워서 견디기 어렵다.

    성도들 사이에서 웃으며 서 있지만, 마음은 텅 빈 때가 있다.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감정들, 믿음이 강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마음을 짓누른다.

     

    한동안 사모 우울증을 겪었다.

    밤이면 눈물이 쏟아지고, 아침이면 미소를 지어야 했다.

    하나님이 왜 나를 이 자리에 두셨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하나님은 내게 아주 조용히 말씀하셨다.

    너도 내 사랑하는 딸이다.”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나는 깨달았다.

    사모라는 이름으로 살지만, 그 전에 나는 하나님의 딸이었다.

    완벽할 필요도 없고, 늘 강할 필요도 없었다.

    울어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았다.

    하나님은 나의 연약함 속에서 일하시는 분이셨다.

     

    5. 교인과의 관계 사랑과 오해의 줄타기

     

    사모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다.

    교인과 너무 가까우면 편애한다는 소문이 돌고, 거리를 두면 차갑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늘 균형을 잡아야 했다.

    한마디 말, 한 번의 표정, 한 번의 행동에도 신중해야 했다.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고, 그 안에는 오해와 기대가 함께 들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운 것이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하나님 한 분을 기쁘시게 하는 길만이 진정한 자유였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의 평가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선 속에서 마음이 점점 평안해졌다.

     

    사모로서의 관계는 거리의 예술이다.

    가깝되 넘지 말고, 멀되 냉정하지 않은 거리.

    그 중심에는 늘 기도가 있었다.

    주님, 저의 말과 행동이 사랑이 되게 하소서.”

    이 기도는 오늘도 내 입술에서 가장 자주 흘러나오는 말이다.

     

    6. 사모의 정체성 다시, 나 자신에게로

     

    한동안 나는 사모로 사느라 나 자신을 잃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말을 해도, ‘사모답지 않다는 시선이 따라왔다.

    나는 내 감정조차도 검열하며 살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모이기 전에 나의 딸이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역할이 아니라 존재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하나님 앞에서 어떤 딸이었나?”

    이 질문이 나를 회복시켰다.

    기도로 하루를 열고, 감사로 하루를 닫는 그 과정이 내 영혼을 새롭게 했다.

    사모라는 이름보다 더 귀한 것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7. 여정의 끝에서 깨달은 것

     

    이제는 안다.

    사모의 길은 외롭지만, 그 외로움이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게 하는 길이었다.

    상처는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눈물은 내 기도를 깊게 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나를 통해 일하고 계신다.

     

    사모의 인생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길 위에 피어난 눈물 하나하나가 교회를 세우고, 성도를 살린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내 딸아, 잘하였다. 네가 흘린 눈물, 네가 감춘 아픔, 네가 드린 기도를 내가 다 보았다.”

     

    그 음성 하나면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는 이유다.

     

     

    나는 여전히 여정의 한가운데 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하나님과 함께 걷는 중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한다.

    사모의 삶은 결코 희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으로 봉사하고, 믿음으로 성장하며, 은혜로 완성되는 여정이다.

     

    오늘도 나는 예배당 의자 사이를 걸으며 속삭인다.

    주님, 제 삶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게 하소서.

    제 미소가 교회의 평안이 되게 하소서.

    제 눈물이 주님의 향기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그 기도는 여전히 내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다.

    여정은 계속된다.

    사모로서, 한 여인으로서, 하나님의 딸로서

    나는 오늘도, 주님과 함께 이 길을 걷는다.